Prologue: 역사는 혼란스럽고, 지저분하고, 무작위적이다

흩어져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내 식대로 조합해 보려는 자그마한 도전이 제3자가 봤을 때는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이벤트를 고를지는 결국엔 나의 사관과 나의 가치판단 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이는 이질적으로 느낄 수도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나처럼 이것저것 궁금해서 못 참고 관련된 책을 찾아내어 읽었을 때 '뭔가 맘에 안 드는' 혹은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 부족하다'라고 느끼는 마니아층이 있을 거라 판단하여 용기를 내어 다음 단원을 시작하려 한다.

이렇게 장광설을 펼치는 이유는 앞으로의 내용도 재미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 있는 주재를(맛집, 여행, 제품 리뷰 등등) 다뤄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것도 좋겠다 싶지만 그런 것들은 내게 재미가 없어왔다.

달 표면의 발자국

앞으로의 전개

지난 1년은 선사시대로 넘어가기 전 약 138억 년에(정확히는 137억 7천만 년) 해당하는 우리 모두의 공통 발자취를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138억 년은 감히 축약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지만 그걸 끝냈다는 것은 같은 의미로 과도한 생략이 들어갔다고 받아들여도 좋다. (자료가 남아있지 않거나 아직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많기에)

1만 년 전 인류는 엑셀을 밟는다. 과도하게 밟은 것인지 적당히 밟은 것인지는 후대에 판단되겠지만 석기를 사용하던 호미닌은 역사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달까지 갔고, 하루 끼니를 근근이 연명하던 동굴 속 사람들은 이제 다른 대륙의 사건 사고에 공감하고 공통의 도덕적 가치를 공유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밟아온 1만 년의 과정은 지휘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가항력으로 인해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역사가 마치 한 축을 따라서 흘러온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후대의 사람들이 그 당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역사적 사실을 취사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취사선택하지 않은 이야기에는 인과관계를 전혀 알 수 없는 것들, 너무나도 잔혹 무도하고 지저분한 것들, 아름답지만 기록되지 않아 잊힌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존재하더라도 버려지는 것은 후대의 몫)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나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회자될 수 있던 이유는 그 사건이 후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고 승자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본인들의 정당성이나 힘을 다수에게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록이라는 행위 혹은 기록을 당하는 것이 기득권에 한정되어 있었으니 말 다 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1만 년에 대한 전개 과정을 통해 역사의 혼란스럽고, 지저분하고, 무작위적인 면모를 최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실어보려 한다. 물론 그 안에는 패턴이 있고, 진보가 있고, 후퇴도 있으며 잔혹함이 있고 교훈이 있다.

왜 이런 뻘짓을 하는지 묻는다면, 역사를 알고 본인 자신을 알면 혹시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아폴로 11호의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의 사진

자, 이제 우리는 창백한 푸른 점을 찍은 지점에서 조금 더 다가왔다. 이 푸르른 행성이 찍힌 사진에는 살아있었거나, 살아있거나, 곧 태어날 모든 인류가 담겨있다. (단 한 사람 빼고 - 마이클 콜린스 본인) 조금 더 크게 보이는 지구에서 열심히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 인류의 발자취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마찬가지로 현생 업무가 있기 때문에 발행되는 글의 업데이트가 느리겠지만,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니 양해 바란다.)

첫 번째 주제로 인간의 본성에 관해 다뤄볼 예정이다.

여러 번의 첨삭을 통해 글을 발행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곡해됐거나 잘못된 인용을 발견하셨다면 적극 수정할 예정이오니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본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행했던 글입니다. https://m.blog.naver.com/gb145/222985039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