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고왕국의 제3~4왕조가 강력한 왕권의 표상이었다면, 제5~6왕조는 선대 왕조의 찬란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그 그림자 속에서 발버둥 치던 시기이다. 이 시기부터는 고왕국의 시스템 체계가 서서히 붕괴하며 특히 제6왕조에 들어서면 중앙의 권위가 전면적으로 무너진다. 무너진 이유 중 선대 왕조의 무분별한 국력 낭비가 그 단초였다면,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은 것은 기원전 2,200 ~ 1,900년에 들이닥친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건조화)이다. (4.2ka 이벤트) 이 때문에 제6왕조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맹주였던 아카드 제국도 사르곤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기원전 2,200년대 말부터는 세력이 위축된다. 그 이후 이집트의 각 노모스(지금으로 치면 '주'에 해당하는 행정구역)를 다스..
이집트 고왕국에 해당하는 왕조는 총 4개 (제3왕조 ~ 제6왕조)이다. 각 왕조를 역임했던 모든 왕들에 대한 기록이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제1~2왕조보다도 기록이 없는 왕들도 있기에(단적인 예로 제3왕조는 그 창시자인 조세르를 제외하고 나머지 왕들은 행적이 불분명함), 이번 Part에서는 각 왕조의 주요한 왕들의 행적을 기술하는 것으로 갈음하려 한다. 분량을 고려해서 제3~4왕조를 먼저 다루고 나머지 왕조와 제1중간기를 다음 part에 이어서 설명하겠다. 아래에는 이집트 문명의 연대표와 간략한 특징을 적어 놓았으니 대략적인 얼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리버풀 대학 영국의 이집트 학자 Ian haw가 2000년대에 재정립한 이집트 연대 순을 따름.**강력한 중앙 정부가 있었던 시대는 왕국이라고 하고, 분..
이집트 문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문명 바깥의 지역을 변두리라고 생각하는 흔한 오류를 조정하고자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어린 시절에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이었다. 왜냐하면 세계사 책의 대부분은 기원전 3000년~1000년 우리가 흔히 주요 문명이라 부르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 문명을 설명하고 일부 책은 올멕, 안데스 문명을 추가로 언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바로 다음 그리스-로마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원전 2000년 이후 인류사의 심장과도 같은 유목 민족사 혹은 중앙유라시아사는 설명이 매우 부족) 그렇기 때문에 그때 당시의 단견으로 이러한 문명 이외의 지역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거나 인구 밀집도가 매우 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문명을 ..
이집트 문명은 방대한 양의 사료와 연구 결과가 입증하듯 우리들에게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심적으로는 가까운 문명이다. 하지만,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접근성 때문인지 오히려 그 내막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구하기도 쉽고 이름도 잘 알고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는 고전 문학처럼) 때문에 이번 Part에서는 이집트의 전반적인 배경지식(지리, 사회, 문화)을 먼저 논하고 다음 Part에서 초기왕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이집트의 초기왕조 이전에 존재했던 신석기 문화와 나카다 문화(이집트 선왕조에 해당) 관련 내용은 이미 정리해 놓은 글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조해 이해의 폭을 넓히길 바란다. 더불어, 그 아래에는 이집트 문명의 연대표와 간략한 특징을 적어 놓았으니 대략적인 얼개라고 생각하면 ..
수메르인이 고토(古土)를 수복하고 다시금 활기와 번영을 되찾게 된 '우르 제3왕조' 시기를 신 수메르 시대(Neo-sumerian period) 혹은 수메르의 르네상스(Sumer renaissance)라고 묘사하기도 하지만, 후대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이 시기는 수메르인들의 내리막길에 존재했던 잠깐의 부흥기였다. 표음문자로서 쐐기문자는 통용되었지만 언어로써 수메르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아카드 제국의 거대했던 영향력의 여파로 인해 단어와 이름들은 이미 아카드식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심지어 왕명도 아카드식 이름이었음) 엘리트 관료들을 아카드인으로 채우고 아카드어 사용을 강제했던 효과가 후대에도 지속됐던 것이다. 또한, 작물 생산량도 토양 염류화로 인해 초기왕조대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
아카드 제국 이전까지 셈족은(오늘날 아랍어와 히브리어로 대표되는 언어를 썼던 민족) 그들만의 통일 문명을 갖지 못했다. 일부 셈족이 수메르 문명권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융화됐지만, 주류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카드 제국 이후로 서남아시아는 줄곧 셈족이 세운 국가가 패자(霸者)가 된다. 이번 Part는 아카드 제국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간의 서남아시아 역사가 너무 메소포타미아 방면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서, 메소포타미아 쪽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국가 및 세력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개괄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 수메르: 기원전 4,100년 ~ 2,004년 - 우루크 시대: 기원전 4,100년 ~ 3,100년 - 젬데트 나스르: 기원전 3,100년 ~ 2,900년 - 수메르 초기왕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