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이야기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는 엄마와 아빠가 세상의 전부이다.

학생이 되어서는 그 주변부를 넓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와 선생님도 내 세상의 일부가 된다.

성인이 되어 직장을 갖고 사회의 일원이 되면 내 세상은 현재 살고 있는 도시와 국가를 넘어선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 속에서 나이를 먹고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인식함과 동시에 세상과 주파수를 맞추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익힌 지혜와 지식들은 각국의 문화를 타고 세대를 거쳐 전파 및 축적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발전으로 귀결된다.

2024년 기준으로 과거를 뒤돌아 봤을 때, 인류는 나름대로 잘 발전해 왔다. 역사상 가장 낮은 유아 사망률, 그리고 역병&기아&전쟁 비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14세기 흑사병, 몇천 년 지속된 두창에 의한 사망률에 비하면 코로나는 감기 수준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수십억 명의 인간 중 하나로 우연히 태어나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사는 나를 보면 내 현 위치에 대한 무지의 소치 이거나 혹은 그냥 이것이 인생인가 싶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우연히 읽는 당신도 그렇고 세상 살기 참 바쁘다.

하지만, 모르고 살면 참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과 정보들이 세상에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게 보기가 아까워서 나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4~5년간은 정보만 쌓았다. 물론 앞으로 죽기 전까지도 정보 수집은 계속될 예정이지만, 정보는 공유되었을 때 생명력을 발휘하기에 정리된 글을 통해 최대한 공유하려 한다.

'글의 시작'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현 위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지?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돈, 국가, 도시, 결혼, 법, 역사 등등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것들은 전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인류를 지탱해온 가장 강력한 힘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느린 템포이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왔고 시간이 된다면 어떻게 흘러가는 게 바람직할지 풀어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출발한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 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코스모스>, 칼 세이건

 

여러 번의 첨삭을 통해 글을 발행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곡해됐거나 잘못된 인용을 발견하셨다면 적극 수정할 예정이오니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본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행했던 글입니다. https://m.blog.naver.com/gb145/222797376208